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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공간은 화려함보다 균형에서 나온다

베이시스 이미지

처음 건축 설계를 시작했을 때, 나는 눈길을 사로잡는 독특한 형태나 과감한 색채가 좋은 디자인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수십 개의 프로젝트를 거치면서 깨달았다. 사람들은 하루 이틀이면 독특함에 익숙해지고, 결국 공간에서 오래 머물고 싶은 이유는 ‘편안함’과 ‘균형’이라는 것을.

얼마 전, 한 카페 리노베이션 의뢰를 받았다. 기존 건물은 외형만 멋지고, 내부 동선은 엉망이었다. 주방과 홀 사이에 불필요한 벽이 가로막고 있었고, 창문은 있어도 채광이 충분하지 않았다. 설계 과정에서 가장 먼저 한 일은 구조를 단순화하는 것이었다. 불필요한 벽을 걷어내고, 빛이 깊숙이 들어오도록 창의 위치를 조정했다. 마감재는 화려한 대신 질감이 살아있는 목재와 미색 타일을 사용했다. 완공 후 주인은 “손님들이 공간이 더 넓어지고 따뜻해졌다고 한다”며 웃었다.

건축에서 ‘기본’이라는 건 단순히 벽을 세우고 지붕을 얹는 기술이 아니다. 기능, 동선, 빛, 재료, 그리고 사용자의 생활 패턴까지 고려하는 종합적인 설계 철학이다. 내가 보는 좋은 건축가는 사용자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그 속에서 숨겨진 요구를 읽어낼 줄 아는 사람이다.

도시 속에서는 특히 ‘소음’과 ‘프라이버시’가 중요한 요소다. 주거 공간이라면 이웃과의 간격, 창의 방향, 외부 시선 차단 방식이 생활 만족도를 크게 좌우한다. 반대로 상업 공간은 시각적으로 열려 있어야 하며, 들어서는 순간부터 브랜드 경험이 시작되어야 한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럴듯해 보이지만 오래 쓰기 힘든 공간이 만들어진다.

나는 여전히 매 프로젝트마다 새로운 숙제를 받는 기분이다. 하지만 그것이 건축의 매력이다. 완벽한 해답을 찾기보다, 사람과 공간이 더 잘 어울리도록 조율하는 과정 자체가 즐겁다. 그 균형점을 찾아가는 여정 속에서, 비로소 좋은 공간이 완성된다.

— 박진수, 베이시스 건축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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